공간의 고독에서 댄스플로어의 해방까지: 노사지 씽(Nosaj Thing)의 사운드 오디세이
로스앤젤레스(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이자 DJ, 비주얼 아티스트인 노사지 씽(Nosaj Thing, 본명 Jason W. Chung)은 현대 일렉트로닉과 비트 씬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 온 인물이다. 한국계 혈통으로서 12세에 컴퓨터와 신디사이저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 장르의 경계를 확장하는 사운드 디자인과 감성적인 프로듀싱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키드 커디(Kid Cudi),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티나셰(Tinashe), 토로 이 모아(Toro y Moi), 서펀트위드핏(serpentwithfeet), 이아트히터(Eartheater)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작업해 온 프로듀서인 동시에,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와 더 엑스엑스(The xx)의 공식 리믹스를 맡기도 했다. 그의 음악적 출발점은 LA 언더그라운드 씬의 상징적인 DIY 베뉴인 '더 스멜(The Smell)'과 음악사 적으로도 중요한 문화적 운동인 클럽 나이트 '로우 엔드 띠어리(Low End Theory)'에 닿아 있다.
12~13살 무렵 DJ 작업을 하던 중 친한 친구가 FL Studio와 Reason 같은 소프트웨어를 전해줬는데, 사용법을 익히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랩 비트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죠. 당시에는 만족스러운 성능의 서드파티 VST(*Virtual Studio Technology)가 거의 없어서, 프로그램에 내장된 악기만으로 원하는 사운드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 확실히 지금과 비교하면 아주 원시적인 수준이었죠. 작업한 곡을 컴퓨터 밖으로 가져가 들으려면 오디오 CD로 구워야만 했는데, 제 컴퓨터에는 CD 버너가 없어서 작업한 곡을 다시 들어볼 방법조차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워크맨을 이용해 사운드카드 출력 신호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곤 했습니다. 음질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꽤 흥미로운 작업이었어요. 재미있는 건, 지금은 오히려 그런 사운드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 2018년 《MusicRadar》 인터뷰 중
Nosaj Thing © Eddie Otchere
언더그라운드의 태동: ‘더 스멜’ & ‘로우 엔드 띠어리’
고등학생 시절 노사지 씽은 아방가르드와 노이즈 펑크 음악의 성지였던 DIY 공연장 ‘더 스멜(The Smell)’에서 DJ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그곳을 지배하던 날것의 사운드와 실험적인 언더그라운드 분위기는 훗날 그가 선보일 독창적인 비트의 자양분이 되었다. 정교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블렌딩하는 작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2006년 무렵, LA 레프트필드 일렉트로닉과 실험적 힙합의 메카로 자리 잡게 될 ‘Low End Theory (로우 엔드 띠어리)’ 커뮤니티의 태동에 합류한다.
'더 스멜’과 함께 노사지 씽의 음악적 고향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공간은 LA 링컨 하이츠에 위치한 2층 규모의 동네 선술집이자 공연장인 ‘더 에어라이너(The Airliner)’였다. 이곳은 ‘로우 엔드 띠어리'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매주 수요일 밤마다 베이스를 울렸던 본거지였다. '로우 엔드 띠어리'의 전성기 시절에는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톰 요크(Thom Yorke)나 앤더슨 팩(Anderson .Paak) 같은 월드클래스 아티스트들이 비밀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라이브를 펼칠 만큼 전 세계 음악 팬들의 성지와도 같았다. 노사지 씽은 공간을 통째로 뒤흔드는 '로우 엔드 띠어리' 특유의 강력한 베이스 사운드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비트를 실험하며, 방을 벗어나 관객과 물리적·음악적으로 긴밀하게 소통하는 법을 익혀나갔다.
— 2018년, 노사지 씽(Nosaj Thing)을 비롯한 일렉트로닉·비트 프로듀서들의 고향이자 성지였던 《Low End Theory》의 12년 여정에 마침표를 찍은 마지막 굿바이 이벤트 현장. 이날 무대에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와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에이셉 라키(A$AP Rocky), 토키몬스타(TOKiMONSTA) 등 힙합과 일렉트로닉 씬의 주역들이 깜짝 참여해 마지막 항해를 함께했다. 전광판에 ‘FINAL VOYAGE SOLD OUT’이 적혀 있다.— 사진 |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출처: LA Times)
'로우 엔드 띠어리'는 단순한 클럽 나이트를 넘어, 랩퍼의 반주에 머물던 힙합 비트를 독자적인 감상의 영역인 ‘인스트루멘탈 비트 뮤직’이라는 장르로 격상시킨 하나의 음악적 운동(Movement)이었다.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토키몬스타(TOKiMONSTA) 등과 함께 이 거대한 무브먼트가 배출한 가장 상징적인 아티스트 중 한명인 노사지 씽은 초기 작업물들을 모아 첫 EP 《Views/Octopus》(2006)를 셀프 발매하며 본격적인 프로듀서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 사진 | Future Music (출처: MusicRadar)
고독한 방과 심오한 세계 : 베드룸 프로듀서의 이정표 《Drift》
2009년 알파 펍 레코즈(Alpha Pup Records)를 통해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앨범 《Drift》는 그의 침대와 책상이 전부인 작은 침실 스튜디오(Bedroom Studio)에서 완성된 작품이다. 소년 시절 카세트테이프에 소리의 질감을 각인시키던 감각은 이 정교한 데뷔작의 밑바탕이 되었다. 당시 그는 TV 화면을 음소거로 켜둔 채 영상의 프레임과 시각적 움직임에 매칭해가며 사운드를 직조해 나갔는데, 영화적 내러티브를 닮은 이 정교한 오디오 콜라주는 글리치합(Glitch-hop)과 레프트필드 일렉트로닉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 앨범은 이듬해 제이미 엑스이엑스(Jamie xx)와 존 홉킨스(Jon Hopkins) 등이 참여한 리믹스 앨범 《Drift Remixed》(2010)로 이어지며 평단과 씬의 두터운 신뢰를 확보했다.
— 1집 《Drift》(2009)는 "뚜렷함과 흐릿함의 경계를 오가며 촘촘한 디테일로 직조해 낸 시네마틱 비트의 서막"(Pitchfork)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듬해 발매된 《Drift Remixed》(2010)는 존 홉킨스(Jon Hopkins), 제이미 xx(Jamie xx), 로우 리미트(Low Limit), 도리안 컨셉(Dorian Concept), 디엔텔(Dntel) 등이 참여하여 "리믹스 앨범의 한계를 영리하게 비껴간 2010년 아방가르드 전자음악의 독창적인 안내서"(Resident Advisor)라는 평을 얻으며 원작의 세계관을 확장했다.
이후 블론드 레드헤드(Blonde Redhead)의 카주 마키노(Kazu Makino)가 참여한 유려한 싱글 〈Eclipse/Blue〉(2012)를 지나, 2013년 발표한 2집 《Home》에서는 찬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토로 이 모아(Toro y Moi) 등과의 조우를 통해 특유의 음울한 비트 위에 팝적인 보컬 멜로디를 얹어내며 프로듀서로서의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 〈Eclipse/Blue〉의 오피셜 뮤직비디오. 2010년대 초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산실이었던 '더 크리에이터스 프로젝트(The Creators Project)'의 지원 아래 탄생했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다이토 마나베(Daito Manabe), 비주얼 아티스트 탁콤(TAKCOM), 프로그래머 히가 사토루(Satoru Higa), 그리고 안무가 미키코(MIKIKO)가 의기투합한 이 영상은, 빛과 프로젝션 맵핑, 신체의 움직임을 음악과 완벽하게 동기화하며 단순한 뮤직비디오를 넘어 당대 미디어 아트의 명작으로 기록되었다.
트렌드의 압박과 내면의 고뇌에서 벗어나 오직 사운드의 본질만을 추적하며 극도의 여백을 실험한 3집 《Fated》(2015)와 테크노와 앰비언트의 경계를 허물며 한층 더 전자음악적이고 정밀해진 사운드스케이프를 탐구한 4집 《Parallels》(2017)까지, 그는 앨범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데뷔작부터 고수해 온 특유의 서늘한 미니멀리즘과 음과 음 사이의 빈 공간을 정교하게 탐구하는 세계관을 이어갔다. 때로는 내밀한 보컬 레이어로 온기를 더하고, 때로는 극단적인 여백과 장르적 변주를 시도하며 자신만의 사운드 스펙트럼을 끊임없이 확장해 나갔다.
앨범 제목은 나에게 끊임없이 일어났던 온갖 우연의 일치(coincidences)들에서 따왔습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특정한 사람들과 나눈 특정한 교감들. 그것은 마치 끊임없이 이어지는 데자뷔(déjà vu)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 《Fated》 Bandcamp Official Editorial
— '찬스 더 래퍼'가 참여한 핵심 트랙 〈Cold Stares〉의 오피셜 뮤직비디오. 전작 〈Eclipse/Blue〉에 이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이토 마나베(Daito Manabe / Rhizomatiks Research)와 비주얼 디렉터 탁콤(TAKCOM), 안무가 미키코(MIKIKO)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이번에는 Rhizomatiks Research의 하드웨어 엔지니어 모토이 이시바시(Motoi Ishibashi)와 드론 엔지니어들이 합류하여 최첨단 컴퓨터 비전 및 모션 캡처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교하게 제어되는 드론의 움직임과 무용수들의 애절한 안무를 음악과 유기적으로 동기화하며, 테크놀로지를 통해 앨범 특유의 서늘한 고독과 정서적 공허함을 완벽하게 시각화해 낸 미디어 아트의 또 다른 정점이다.
"그동안 고수해 온 은둔자적 미니멀리즘을 깨고, 세상과 소통하려 외향적인 손길을 내민 전환점. 카주 마키노, 스티브 스페이섹 등 다채로운 목소리를 매개로 삼아 아름다움과 불협화음, 인간의 영혼과 차가운 기계성이라는 상반된 평행선들을 가장 우아하고 정밀한 방식으로 직조해 낸 일렉트로닉 오디세이." — Pitchfork (Nina Corcoran)
고독의 슬로우 쿡, 그리고 시네마틱 오디세이: 5집 《Continua》
2018년, 노사지 씽의 음악적 고향이었던 '로우 엔드 띠어리'가 12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고 이어서 닥쳐온 팬데믹의 고립은 그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다. 끊임없이 이동하던 투어가 멈추고 그는 다운타운의 로프트로 이사하며 자신의 소유물 40%를 처분했다. 매주 어머니의 안부를 챙기는 일상과 작업실만을 오가며 삶과 스튜디오를 극도로 단순화했다. 이 정적 속에서 꼬박 2년 동안 천천히 고아내듯(Slow cook) 완성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Continua》(2022)는 장르 팬들이 환호할 만한 독보적인 협업 군단을 이끌어내면서도, 사운드만큼은 내밀하게 정제된 시네마틱 오디세이다.
이번 앨범은 제 첫 앨범인 'Drift'와 사운드적으로는 다를지 몰라도, 집중력과 비전 면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어요. 투어를 많이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투어 중에는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앨범은 제가 도시를 오가면서 녹음했어요. 팬데믹 기간 동안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저는 집에서 보낸 시간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어요. 생각할 시간도 많았고, 제가 하는 일에 집중할 시간도 많았죠. '드리프트' 이후로 이렇게 천천히 앨범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 《POW MAG》 인터뷰 중 (2022)
《Continua》는 시각 예술과 분리될 수 없다. 레코딩을 시작하기 전, 노사지 씽은 스스로 큐레이션한 예술 작품들로부터 영감을 얻기 위해 무드 보드를 만들었다. 가장 주요한 뮤즈는 사진작가 에디 오치어(Eddie Otchere)가 포착한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텅 빈 도로 사진이었다. 자신의 머릿속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 사진에 매료된 그는 앨범을 끝내기 전 커버 아트로 먼저 결정했고, 협업자들에게 데모 폴더와 함께 이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음악가들에게 텍스트 대신 오직 사진 한 장만을 공유하며 레코드가 가진 시각적 세계를 온전히 느끼게 한 것이다. 또한 《도니 다코》로 유명한 영화 음악 작곡가 마이크 앤드류와 협업하며 아날로그 연주를 적재적소에 배치했고, 이를 통해 차가운 디지털 프로그래밍 위로 따뜻한 인간미와 생동감 넘치는 시네마틱 서사를 완성해 냈다.
이전까지 제 음반들은 좀 더 탐구적이고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정말 제대로 된 '곡(Song)'을 만들고 싶었어요. 곡의 구조와 형식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생각했습니다. 보컬 곡들을 다루며 어느 순간 좀 미쳐버릴 것 같은 혼란이 찾아올 때도 있었는데, 친한 친구인 써니 레빈(Sunny Levine)이 곡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며 이 앨범을 완성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번 작업은 철저히 신뢰의 과정이었습니다. 앨범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제가 오랫동안 좋아하고 존경해 온 아티스트들이었기에 굳이 간섭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온전히 믿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보컬 디렉팅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픽 작업이 끝나기도 전, 이 앨범이 어떤 의미인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커버 사진 한 장만을 그들에게 보냈을 뿐입니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음악의 세계를 마주한 아티스트들은 제 지시 없이도 알아서 완벽한 그림을 그려주었습니다.
"동시대에 활동하는 12명의 아티스트들은 노사지 씽의 초현실적인 사운드스케이프 안에서 마치 제 집을 찾은 듯 유려하게 녹아든다.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을 연상시키는 줄리아나 바윅과의 'Blue Hour'처럼 경이로운 질감을 선사하는 트랙들은 이 음반을 올해 가장 시네마틱한 일렉트로닉 앨범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 《Loud and Quiet》 Review
— Nosaj Thing - Blue Hour (feat. Julianna Barwick). 영화감독 필 니스코(Phil Nisco)와 도노반 노보트니(Donovan Novotny)가 감독을 맡았다.
미디어 아티스트 '다이토 마나베'와의 파트너십
노사지 씽과 다이토 마나베의 창작 파트너십은 어느덧 15년 이상을 훌륭히 관통해 왔다. 2012년 노사지 씽의 명곡 'Eclipse / Blue' 뮤직비디오로 시작된 이들의 조우는, 2016년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찬사를 받은 미디어 아트 공연 'No Reality Tour'로 이어지며 사운드와 비주얼의 한계를 끊임없이 확장해 왔다.
그리고 이 위대한 동행은 2026년 여름, 한층 더 진화한 형태의 세계관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20년 이상 국제적 미디어 아트의 선두에 서 온 다이토 마나베가 자신의 커리어 사상 첫 번째 공식 음악 작업물 《dm studies 000 - 004》를 발표하는 것이다. 특히 이 이정표적인 프로젝트는 마나베가 새롭게 론칭하는 레이블이자 크리에이티브 플랫폼 '타임테이블(Timetable)'에서 공개되며, 노사지 씽이 공동 파트너로서 기획의 전 과정을 함께 구축해 냈다.
— 2016년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펼쳐진 노사지 씽과 다이토 마나베의 미디어 아트 공연 'NO REALITY TOUR'. 피치포크는 "코첼라 최고의 비주얼 프로덕션 부문 압도적인 우승자(Runaway winner for best visual production)"라는 평을 남겼다. Photo by Rhizomatiks Research (via Coachella Music and Arts Festival 2016)
진화하는 사운드 : Verses GT
노사지 씽의 진화하는 사운드는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프로듀서 자크 그린(Jacques Greene)과의 조우로 이어진다. 2010년대 초반 '퓨처 베이스'와 UK 개러지 기반의 하우스 사운드를 정의한 자크 그린과 힘을 합쳐, 이들은 2025년 'Verses GT'라는 공식 협업 에일리어스 아래 럭키미(LUCKYME®) 레이블에서 동명의 첫 정규 합작 앨범을 발표했다. 자크 그린 특유의 감정선이 살아있는 R&B 감성의 하우스와 노사지 씽의 레이어드된 시네마틱 웨스트 코스트 일렉트로닉 사운드스케이프가 아름답게 융합된 결과물이다.
런던, LA, 도쿄, 파리, 몬트리올 등 전 세계 스튜디오를 직접 오가며 대면으로 긴밀하게 호흡해 온 이들의 작업은 철저히 '덜어냄의 미학(process of reduction)'에 기반한다. 뮤트 처리된 신디사이저와 브레이크비트, 드럼을 배제한 앰비언트 인터루드 위에 조지 라일리(George Riley), 타이슨(Tyson), 쿠치카(KUČKA)의 보컬이 얹어진 이 음반은 사색적이고 몽환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진보적인 클럽 음악과 실험적인 전자음악 텍스처를 유연하게 연결해 낸 이 프로젝트는 노사지 씽의 음악 여정에 새 챕터를 열어 젖혔다.
—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카트라나다(Kaytranada), 로살리아(Rosalía), 제레미 O. 해리스(Jeremy O. Harris) 등 글로벌 패션·아트 씬의 아이코닉한 비주얼을 리드해 온 시네마토그래퍼 샤비에 테라(Xavier Tera)가 감독했다. 클래식 테크노에 대한 오마주를 뇌리를 자극하는 영리한 절제미로 풀어낸 트랙으로, 자크 그린과 노사지 씽이 구축한 몽환적인 댄스플로어 사운드스케이프가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댄스플로어 위에서 마주하는 현재 진행형의 전설
로스앤젤레스의 DIY 스페이스에서 출발해 글로벌 페스티벌 메인 무대까지 15년이 넘는 커리어를 이어온 노사지 씽. 다이토 마나베와의 지속적인 파트너십과 자크 그린과의 듀오 프로젝트 《Verses GT》를 거치며 그의 음악적 발걸음은 최근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특유의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과 대기감은 유지하되, 포 테트(Four Tet)나 플로팅 포인츠(Floating Points)를 연상시키는 댄스플로어 지향적인 직관적인 DJ 셋으로 사운드의 무게추를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장르와 매체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해 온 노사지 씽의 진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그의 음악 여정은 정밀한 통제와 깊은 감정적 울림을 동반한 채 클럽 신의 역동성 속에서 실체화되고 있다.
프랙티스가 큐레이션하는 노사지 씽(Nosaj Thing)의 진화된 댄스플로어는 오는 2026년 7월 24일 금요일, 성수동 UNDERCITY에서 직접 마주할 수 있다. (예매 링크 : www.2tm.co.kr/ticket/10280)
*Cover Photo © Atiba Jefferson via KEX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