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lly Lee Owens : 차갑고도 아름다운 테크노의 세계
두 개의 상장, 그리고 ‘켈리의 세계’
고등학교 시절, 켈리 리 오웬스(Kelly Lee Owens)는 다소 기묘하면서도 예견된 두 개의 상장을 받았다. 하나는 ‘올해의 음악 애호가상’, 다른 하나는 ‘올해의 공상가상’이었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제가 공상을 참 많이 한다고 하셨다. 그걸 ‘켈리의 세계(Kelly’s World)’라고 부르셨다.
그녀의 어머니가 부르던 ‘켈리의 세계’는 훗날 그녀의 음악 세계를 이루는 토양이 되었다. 북웨일스의 척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자란 오웬스는, 어린 시절부터 시를 쓰고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며 베이스와 드럼을 연주하는 등 자연스럽게 음악적 토양을 다졌다. 기계를 다루는 프로듀서인 동시에 직접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송라이터. 차가운 전자음악의 속성 안에 가장 정서적인 목소리를 정교하게 직조해 내는 오웬스만의 에테리얼(Ethereal)한 사운드는 이때부터 싹트고 있었다.
시골에서 자라면 자연스레 땅에 발을 붙이게 되고, 공간이 넓다 보니 자유로움도 느끼게 됩니다.
— Kelly Lee Owens, shot for HERO Magazine (2017)
암 병동에서 마주한 선물, 그리고 진짜 꿈
북웨일스의 대자연 속에서 자란 오웬스는 본래 타고난 공감 능력과 타인과 연결되고 싶다는 열망을 실현하고자 간호 일에 뛰어들었다. 주변 사람들처럼 전통적이고 실용적인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과 생존 모드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암 병동에서 보조간호사로 근무하던 18세의 오웬스는 환자들과 나눈 대화 속에서 예상치 못한 삶의 가르침을 얻게 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들은 그녀에게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
죽음을 앞둔 이들이 후회하는 것은 언제나 시도했다가 망친 일이 아니라,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었다. 환자들이 내게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을때, 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 답했다. 그러자 그들은 ‘우리를 믿고, 가서 당장 그 일을 하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은 오웬스가 안정적인 길을 벗어나 음악가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 길로 병원을 떠난 오웬스는 2009년 런던으로 이주해 음악 현장을 깊숙이 파고들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개척해 나갔다. XL Recordings에서 인턴으로 일했고, 유명 음반 매장인 ‘퓨어 그루브(Pure Groove)’ 등에서 근무하며 음악적 탐구를 이어갔고, 인디 밴드 ‘더 히스토리 오브 애플 파이(The History of Apple Pie)’에서 베이스를 연주하기도 했다.
— 데뷔 앨범 《Kelly Lee Owens》 (Released : 24 November 2017)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 흘러 들어와 우리 곁에 닿은, 유리병 속의 편지 같은 음악.” (Pitchfork)
인디 씬에서 일렉트로닉 스튜디오로의 도약
런던의 음반 매장에서 카운터를 지키던 시절,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다니엘 에이버리(Daniel Avery)와 제임스 그린우드(Ghost Culture)와의 만남은 오웬스의 음악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그들은 그녀를 스튜디오로 데려가 프로덕션 소프트웨어를 소개했고,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와 테크노 사운드의 초월적인 매력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에는 인간미가 있어요.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지 않으면 그 어떤 영혼도 담기지 않죠. 그것들은 곧 자기 자신의 확장입니다.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지는 기분이었고, 기묘할 정도로 그 사운드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사운드는 분명 매우 반복적이었고, 바로 그 반복이 우리를 초월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25세라는 나이에 첫 트랙을 쓰기 시작한 그녀는 2017년 노르웨이 레이블 Smalltown Supersound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데뷔 앨범 《Kelly Lee Owens》를 발표하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이 시기 그녀의 독창적인 사운드는 이미 주류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데뷔 앨범의 수록곡 ‘Arthur’는 1970-80년대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전설적인 디스코 프로듀서이자 아방가르드 첼리스트인 아서 러셀(Arthur Russell)에게 바치는 헌사다. 이 트랙은 앨범이 정식 발매되기도 전에 영국의 럭셔리 패션 하우스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2016 F/W 런웨이 쇼 메인 사운드트랙으로 낙점되며 릴리즈 전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녀는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의 ‘New York’ 리믹스 작업을 맡았고, 세계적인 아방가르드 아티스트 비요크(Björk)의 EP 리믹스 협업까지 진행하며 대체 불가능한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했다.
— 데뷔 앨범이 발표되기도 전에 'Arthur' 는 2016 알렉산더 맥퀸 런웨이의 메인 주제곡이 되었다.
사운드, 치유, 그리고 네 번째 진화 《Dreamstate》
오웬스의 음악은 드림 팝과 테크노 팝의 경계를 정교하게 가로지른다. 그녀는 음악과 치유의 연결 고리에 깊은 관심을 두며, 사운드와 공명 주파수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사운드스케이프에 투영해 왔다.
2020년 8월, 웨일스 출신의 전설적인 거장 존 케일(John Cale)이 참여한 2집 《Inner Song》을 통해 한층 깊어진 자아 성찰을 보여주었으며, 2021년에는 'FIFA 여자 월드컵 2023'의 공식 소닉 아이덴티티인 ‘Unity’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후 아방가르드 노이즈 아티스트 라쎄 마하우그(Lasse Marhaug)와 공동 프로듀싱한 3집 《LP.8》(2022)을 거치며 그녀의 스펙트럼은 더욱 과감하고 단단해졌다. 《LP.8》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 《Inner Song》을 발표한 뒤, 투어를 전혀 진행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현실에 직면한 오웬스가 창조적 에너지를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해 오슬로로 향해 스튜디오에 머물며 집중적으로 작업한 끝에 완성한 앨범이다.
—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Inner Song》 (Released : 28 August 2020)
"타이트한 팝 구조와 클럽 그루브 사이를 유영하며, 신체적인 감각과 감정적인 영역을 결합해 내는 그녀만의 독보적인 능력" - Nadine Smith, Pitchfork (2020.09.01)
—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LP.8》 (Released : 29 April 2022)
"쓰로빙 그리슬(Throbbing Gristle)의 거친 산업적 질감과 엔야(Enya)의 에테리얼한 신비주의가 교차하는 지점. 인더스트리얼의 긴장과 켈트적 이완을 유연하게 직조해 낸 사운드." (《LP.8》 라이너 노트)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Dreamstate》는 그녀가 거쳐온 내면의 여정과 영적 진화의 결정판이다. The 1975의 조지 대니얼(George Daniel)이 이끄는 Dirty Hit의 새로운 일렉트로닉 레이블 'dh2'를 통해 발매된 이 앨범은 맥박 치듯 중독적인 리드 싱글 ‘Love You Got’을 필두로 거대한 해방감과 초월성을 선사한다.
《Dreamstate》는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바이셉(BICEP) 등 일렉트로닉 씬의 거장들과의 유기적인 협업 위에서 구축되었다. 하지만 오웬스는 철저히 자신만의 중심을 잃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곡을 쓰면서도 내가 여전히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서 중심을 잡고 나만의 사운드를 지켜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 Kelly Lee Owens, Dreamstate Album Biography (2024)
—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Dreamstate》 (Released: 18 October 2024)
“클럽을 나서는 순간 얼굴에 닿는 아침 햇살, 그 찰나의 황홀경...메인스트림 팝과 언더그라운드 클럽, 그 상반된 영토를 우아하게 가로지르다.” - Alexis Petridis, The Guardian (2024.10.17)
함께 꿈을 꾸는 상태, 드림스테이트
2023년 전설적인 밴드 디페시 모드(Depeche Mode)의 북미 투어 서포트 아티스트로서 매주 밤 75,000명의 관객을 마주했던 경험은 그녀의 라이브 무대를 한 차원 높은 공동체적 교감의 장으로 확장시켰다.
최근 글래스톤베리를 거쳐 이비자에서 열린 찰리 XCX의 PARTYGIRL 무대, 그리고 Peggy Gou와 함께한 맨체스터 웨어하우스 프로젝트까지 전 세계의 열광적인 댄스 플로어를 무대로 삼고 있는 그녀는 여전히 댄스 뮤직 씬에 더 안전하고 다양성이 있는 공간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혼자 꿈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팬데믹 이후 제가 깨달은 것은 우리가 함께 교감하고 꿈을 꾸기 위해 ‘드림스테이트(꿈의 상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노동자 계급 출신이거나 아무런 도움과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일수록, 스스로의 가능성을 꿈꾸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당신에게 기회를 거저 쥐여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그냥 주어지는 법은 없죠. 스스로에게 더 큰 꿈을 꿀 자격을 부여하세요.
— Kelly Lee Owens, Dreamstate Album Biography (2024)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는 것에서 오는 엄청난 힘. 프랙티스가 큐레이션하는 켈리 리 오웬스의 차갑고도 아름다운 세계, 현실에 발을 딛고 서서 현실을 초월하는 음악의 세계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스스로에게 더 큰 꿈을 꿀 자격을 부여하라는 것, 그리고 그 꿈의 상태(Dreamstate)에서 다 함께 교감하라는 것.■
— 《Dreamstate》의 에너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증명하는 리드 싱글 'Love You G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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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CTXE CURRENT
프랙티스가 큐레이션하는 켈리 리 오웬스(Kelly Lee Owens)의 몽환적인 테크노의 진수를 오는 2026년 7월 24일 금요일, 성수동 UNDERCITY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예매 링크 : www.2tm.co.kr/ticket/10280)